
우연히 릴스를 보다가 '어차피 모르고 예측하는 게 불가능할 바에는 소신껏 하자'라는 말을 한 봉준호 감독님의 말이 인상깊어서 원본 영상을 찾아 캡쳐를 했다.
참고로 위의 내용은 아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Q. 창작자들은 대부분 관객들에게 두려움을 느끼는데 감독님에게 관객이란 어떤 존재인가?
A: 관객들의 호응에 대해서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거고, 어차피 모르고 예측하는 게 불가능할 바에는 소신껏 하자는 거죠.
'소신껏 하자' 이 말에 딱 꽂혀버린 나는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전공이 컴퓨터이다보니 코딩한지는 어언 13년째.
버그를 발견하면 구글링과 스택오버플로우, 깃헙 이슈를 뒤져가며 열심히 해결법을 찾아서 코드를 수정하고 잘 실행될 때 느끼는 짜릿한 성취감이 참 좋았다.
그 성취감이 좋아서 개발자를 직업으로 가지는 꿈을 꿨고,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일을 시작했다.
요즘은 AI에게 물어보면 웬만하면 다 금방 해결이 되니 예전과 같은 짜릿한 성취감은 잘 느끼기 힘들다. (그래서 아주 가끔은 비효율적인걸 알면서도 뭔가 해냈다는 느낌을 얻고 싶어서 일부러 AI 안쓰고 구글링으로 버그 해결하려고 찾을 때도 있다.)
뭔가를 배우는 재미도 예전같지 않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기술 블로그 글을 읽거나, 클린코드 책 들고 다니면서 틈틈이 읽고 그랬는데
요즘은 뭔가 예전처럼 개념이나 라이브러리를 하나하나 공부하는 시간이 오히려 AI에 쫓아가지 못하고 뒤쳐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새롭게 뭔가를 배우는 시간이 즐겁기보다 초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2024년 12월에 처음 Cursor IDE를 접하고, 이걸로 업무 생산성이 급격히 올라갈 때 행복하면서도 불현듯 "아, 이거 사용하면 왠지 신입 많이 안뽑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실제로 이어져서 이제 경력자 자리까지 위협하는 날이 와버렸다.
너무 빨리 변하는 AI 시대 속에서 이제 뭐가 중요하고, 뭐를 배워야하는지도 모르겠다.
겨우 쫓아가면 이제 그거 안쓰고, 다른 거 쓴다고 하는게 다반사인 요즘이다.
그래서일까.
이런 나의 혼란함 속에서 '소신껏 하자'라는 저 말이 현재의 나에게 해주는 말 처럼 느껴졌다.
그동안 소신껏 하기가 참 어려웠다.
주변에서 나에게 '공무원 준비를 해라', '공기업에 들어가라', '창업을 해라' 라는 말로 진짜 이제 개발자가 끝인가? 개발자로 더 일할 곳이 없는건가? 하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방황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 소신있게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 한다.
소신있게 계속 공부하고, 소신있게 개발자도 계속 할거다.

내가 학교 다니던 시기에 개발자의 끝은 결국 치킨집 사장님이라는 말이 있었다.
요즘에는 이런 말 하는 걸 잘 보지 못한 것 같은데, 졸업할 때 내 미래가 이렇게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부모님과 친척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개발자를 한거다. (친척들은 여전히 날 보면 아직도 공무원을 준비하라고 하신다)
물론 개발자로 일하면서 잦은 야근으로 힘들 때도 있었고 불안정한 환경에서 일을 할 때는 이 길을 계속 걸어도 되나하고 고민을 많이 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도 나는 개발자를 선택했을거라는 생각을 항상 한다.
과거에 소신있게 내가 하고 싶은 직업을 선택했던 것 처럼, 지금도 소신있게 내가 하고싶은 거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각종 뉴스나 SNS에서 하도 개발자가 AI에게 대체된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봐서 괜히 겁이 나기도 했는데, 그냥 휘둘리지 않고 내가 가려고 했던 길을 계속 묵묵히 걸어나가려고 한다.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
소신있게 행동하자.
번외.
요즘 결국 기본 개념이 중요하다는 얘기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살아보니 그 어떤 행동도 무가치한건 없었다. 특히 배움에 있어서는 더욱더 그랬다.
AI를 적재적소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결국 잘 알아야 한다.
잘 아는 만큼 결과물도 사람이 신경써서 개발한 것 처럼 나올 것이다.
(아니면 구글 제미나이 광고에서 김연아가 죽음의 무도 의상을 만들어달라고 해서 나온 결과물처럼 나올 수 있다.)


배우지 않아도 AI가 모든 걸 알려주고 대체되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인간도 계속 학습하고 많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위해 배움에는 손놓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미래에 얼마나 AI가 어마어마한 발전을 해서 대충 프롬프트를 입력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퀄리티 높은 결과물을 낼 수 있겠지만, 개발자로 계속 일하려면 AI가 작성한 코드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상 출처
[KAFA Masterclass] 영화감독 봉준호 '극복되지 않는 불안과 공포: 영화창작과정에서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들'
https://youtu.be/DWYXS3sA1Lk?si=qzVvuZv1Ayr7oygZ&t=923
Google Gemini I ‘죽음의 무도’ 무대의상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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